주인공의 삶

데미안, 이방인 그리고 니체를 읽고

4/27/2026, 11:39:00 AM

대부분의 사람은 비극의 한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로 살아간다.

대본에 적힌 대사와 지시문을 충실히 따르며

사랑하고 좌절하며 분노하다가 죽는다.


일부 사람들은 비극의 주인공 그 자체로 살아간다.

혼란한 세상 속에서 의지를 따르며

사랑하고 좌절하며 분노하다가 죽는다.


두 삶 모두 지독한 비극이다.

무의미에서 태어나 잠시나마 어떤 이야기를 하고선 무의미로 죽는다.

물론 그 이야기도, 아무리 위대하고 영웅적일지라도, 의미는 없다.


대본은 섭리다.

배우에게 언제나 돌아와야할 지침, 밝은 세계다.

그 세계는 또 다른 배우들의 존경과 영원한 안녕을 약속한다.

반면 주인공의 삶에는 아무런 약속도 없다.

지도없는 항해처럼 부조리로 가득한 이 세상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.

비극의 주인공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연민하거나 동정해서는 안 된다.

끝없는 반항이다.


그렇다면 왜 주인공의 삶을 살아야 하는가?

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며

내가 곧 세상이기 때문이며

존재가 본질을 앞서기 때문이며

나만이 이 세계의 유일한 이야기이자 그 이야기의 창조자이기 때문이며

내 삶만이 세상의 시작이자 끝이며 영원한 반복이기 때문이다.


배우의 삶에서 주인공의 삶으로 나아가는 것은 고통스럽다.

스스로에게 대본을 넘어설 당위와 그럴만한 힘이 있는지 묻게 될 것이고

스스로에게 던진 그 질문을 주위 모든 사람에게 듣게 될 것이다.


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하면

모든 선택에서의 진정한 자유와

모든 상황에서의 다시 살아갈 용기와

죽음으로 증명되는 나의 삶의 진정성을 얻게 될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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